장애인은 무조건 열심히 살아야만 하는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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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북연구소 작성일22-04-06 17:00 조회1,94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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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무조건 열심히 살아야만 하는 존재인가?
박 기자의 함께걸음-29
↑ 영화 '맨발의 기봉이' 포스터(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저는 한국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데, 이번 학기에 수강하는 ‘장애와 대중문화’ 덕분에 지난주 수업 때 문자통역을 받으며 오랜만에 한국영화를 한편 감상했습니다. 바로 <맨발의 기봉이>인데요. 이 영화를 보면서 정말 다양한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우리 <함께걸음>의 훌륭한 필진처럼 ‘장애코드로 문화읽기’만큼의 비평이 되지는 않겠지만, 영화를 보고 느꼈던 점들을 글로 남겨보려고 합니다.
영화 <맨발의 기봉이(2006)>는 지적장애를 가진 주인공 기봉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장애를 소재로 하는 많은 영화가 그렇듯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설정이 있는데, 이 영화를 통해 곽객들이 과연 장애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될지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과연 장애가 이런 의미를 지닌 걸까?’라는 생각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먼저 영화의 초반에 주인공에 대한 설명을 위해 내레이션이 등장하는데, 기봉이를 ‘40살 소년’이라고 표현합니다. 나이가 40살인데 지적장애로 8살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지만, 40살을 소년이라고 표현하는 게 과연 맞는 걸까요? 그럼 나이 예순의 여성이 여전히 소녀감성을 가지고 있다면 ‘60살 소녀’라고 불러야 되는 걸까요?
또 아침에 해가 떠 있는데, 기봉이는 비가 올 줄 알고 빨래를 거두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다른 사람들은 비가 올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데, 기봉이만 비가 올 거라는 걸 예상하고 빨래를 거두는 장면을 보면서, 장애인을 특별한 능력이나 감각을 지닌 존재로 표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지적장애를 전제로 하지 않고 그냥 어떤 ‘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제가 느끼기엔 조금 말도 안 되는 설정, 소위 억지같은 설정 같았어요.
백이장의 대사 중에는 “남들과 다르지 않다. 남들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라는 부분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건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의미할까요? 그렇다면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의도일 텐데, 그 바로 뒤에서 남들보다 더 낫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건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남들보다 더 낫다는 것인지, 장애인이 남들보다 더 나아야 한다는 것인지 어떤 걸 의미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장애인이 남들과 다르지 않다고 하면서도 남들(특히 비장애인들)보다 더 나은 존재라고 말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문장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기봉이가 마라톤 대회에서 운동화를 벗고 맨발로 달리는 장면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걸까요? 음식이 식기 전에 얼른 엄마에게 드리고 싶어서 맨발로 달린 적이 많았던 기봉이가 마라톤을 준비하게 되면서 ‘운동화를 신고 달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뒤로 달릴 때마다 운동화를 신고 있다가 마라톤 대회에서 다시 운동화를 벗고 맨발로 달리게 되는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걸까요?
하나는 예전 자신만의 방식(맨발로 달리던 방식)으로 되돌아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만의 방식, 즉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갔다는 의미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세상이나 현실 등 어떤 외적인 부분으로부터 벗어난다는 ‘해방’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 외에도 다른 의미를 담고 있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하이라이트급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장애를 소재로 하고 있는 작품을 보면 이런 설정이 있습니다. 장애를 가지게 된 뒤에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죠. 물론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설정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왜곡되어지는 건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장애인은 장애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반드시’ 열심히 살아가야만 하는 건 결코 아니니까요. 장애를 가지게 되어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이 누군가에게 본보기나 비교의 대상이 되는 게 바람직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표현하는 사람에게는 장애인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감동이나 존경의 대상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장애라는 게 감동이나 존경의 대상인 것도 결코 아닙니다.
장애인이 살아가는 모습이 그저 지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면 좋겠습니다.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특별하거나 주목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닌, 그저 우리 곁에 언제든지 있는 ‘어느 누구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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