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7일, 푸른마을대책위가 대구지법 경주지원 앞에서 ‘경주푸른마을 전 이사장 및 사회복지법인 민재 엄중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사진 푸른마을대책위
심각한 인권침해와 시설 비리가 일어난 경주푸른마을에 대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에 장애계가 분노했다. 경주푸른마을인권침해사건진상규명대책위원회(아래 푸른마을대책위)는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반복되는 장애인시설 문제의 근본적 대책을 촉구했다.
26일,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형사2단독 재판부는 문 전 이사장에게 징역 1년, 사회복지법인 민재 측에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푸른마을대책위는 “이번 판결은 이사장의 직위에서 시설을 사유화하고 거주인을 착취한 행위가 명백한 ‘범죄 행위’임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10년간 방치된 푸른마을 사건의 심각성에 비해 너무나 가벼운 처벌”이라고 분노했다.
장애인거주시설인 경주푸른마을에서 지난 2008년, 거주인 A 씨(당시 14세)가 호흡 곤란으로 사망했다. A 씨는 당시 '배가 아프다'고 호소했으나 정신병원으로 이송되었다가 사망했다. 당시 약물과다 의혹이 제기됐다. 2018년 2월에 유사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거주인 B 씨가 내과적 통증을 호소했으나, 정신병원으로 이송되었다가 사망한 것이다. (관련 기사: 거주인 사망·횡령 등 시설 문제 반복되는데도 뒷짐만 지고 있는 경주시)
이들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킨 것은 문 전 이사장이다. 그는 시설 거주인을 자신이 회원으로 있는 다단계업체에 가입시키고 돈을 챙기기도 했다.
그러나 두 명의 거주인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객관적 증거 부족으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재판은 업무상 횡령,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의 시설비리에 대해서만 판결이 이뤄졌다.
문 전 이사장은 재판에서 줄곧 무죄를 주장하며, ‘개인 재산으로 사회복지에 헌신했다’며 읍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푸른마을대책위는 “그동안 시설 운영진이 ‘사회복지에 헌신했다’는 주장에 사법기관은 복지의 이름으로 너그럽게 용서했고, 행정처는 적당히 사법처리로 끝나는 선으로 수습해왔다”며 “이런 문제가 10년간 곪고 곪아서 또다시 거주인이 사망하는 비극을 낳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푸른마을대책위는 경주시가 ‘시설 문제’에 수수방관하는 것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2014년 사회복지법인 상록수와 산하시설인 선인재활원, 혜강행복한집 역시 행정처의 방관 속에 일가족과 친·인척들이 운영권을 세습하고 내부 인권유린과 시설비리를 키웠다”고 지적하며 “‘가해자 처벌’은 가장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시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을 시설에 가두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재판에서 드러나지 않은 거주인 사망 사건과 총체적인 인권침해 문제를 끝까지 밝힐 것”이라며 “한 명의 장애인도 ‘장애’를 이유로 지역사회 바깥으로 추방당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경주시의 근본적인 탈시설·자립생활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싸워나가겠다”고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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