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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의 시설화를 넘어서는 변화, 어떻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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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북연구소 작성일19-07-03 16:11 조회3,8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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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의 시설화를 넘어서는 변화, 어떻게 가능할까
[교차적 관점으로 시설화 비판하기] ⑧
 
등록일 [ 2019년05월16일 16시04분 ]
 
 

/기획의도/
 
장애여성공감은 [IL과 젠더 포럼]을 통해서 장애인 탈시설 운동의 문제의식을 확장하고자 시도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삶을 통해 증명하듯이,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은 지난한 ‘과정’을 의미합니다. 단지 삶의 장소를 옮기는 것뿐만 아니라 시설에 수용된 역사를 재해석하고, 지역사회 안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과 관계 맺기를 해나가며,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인 조건과 권력의 변화가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시설을 폐쇄해서 더이상 시설에 갈 필요가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과도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또한 이 ‘과정’에 참여해야 하는 사람은 등록된 장애인으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부랑인, 홈리스를 비롯해서 정신병원에서 심지어 지역사회와 집에서 사실상 감금된 채로 살아온 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함께 드러내고 변화의 주체가 되는 과정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에 대한 억압뿐만 아니라 젠더, 섹슈얼리티, 인종에 대한 억압과 정상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동시에 필요하며 다양한 해방의 관점과 결합되어야 합니다. 장애여성공감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시설화에 저항하는 동료들을 만들고, 누구도 시설에 수용되지 않는 사회를 그려보고자 합니다.
 
이번 기획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방식과 집단(부랑인, 정신장애인, 소위 요보호 아동, 여성, 성폭력 피해자, 난민,  HIV 감염인 등)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시설화의 양상들을 살펴보고, 이와 관련된 문제점과 대안을 찾아 나가는 시도를 해보고자 합니다.
 
/연재순서/
 
시설화를 넘어서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며 : 나영정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사회복지체계에서 탈시설 운동의 의미: 김지혜(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
탈시설 운동의 확장: 조미경(장애여성공감)
홈리스 시설: 김윤영(빈곤사회연대) 
한부모 시설: 오진방(한국한부모연합)
입양/미혼모 시설: 김호수(뉴욕시립대학교 사회학과)
정신병원/요양시설: 노다혜(장애여성공감)
⑧성폭력 피해자 쉼터: 여름(장애여성공감)
⑨난민 시설: 고은지(난민인권센터)
⑩(탈가정) 청소년 시설: 변미혜(함께걷는아이들)
⑪요양병원: 권미란(에이즈환자 건강권 보장과 국립요양병원 마련을 위한 대책위원회)
⑫가족: 김순남(가족구성권연구소)
⑬성매매피해자 자활시설: 김주희(서강대학교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연구소)


*필자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습니다.

 

폭력피해여성지원시설(아래 쉼터)은 피해자들이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고 긴급지원이 필요한 경우 그 공간은 피해자에게 피해의 경험을 넘어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현재 쉼터의 운영방식과 피해자에게 요구하는 사회 복귀의 관점이 피해자가 피해 경험 이후 주체적인 삶을 계획하도록 하는 데 실질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지 시설화의 관점에서 다루고자 한다.

 

성폭력 피해자가 쉼터 입소를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피해로 인해 지친 몸과 마음의 회복을 위한 안전한 공간의 필요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쉼터는 공동거주방식으로 집단생활을 하게 된다. 쉼을 위해 들어간 곳에서 가장 먼저 마주해야 하는 것은 낯선 타인인데, 쉼터에서 만난 이상 함께 생활해야 하는 조건은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집단생활에는 필수적으로 규칙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쉼터에 사는 모두를 위함이라고는 하나 귀가 시간을 정해둔다거나 혹은 규칙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피해자의 피해회복과 어떤 연결성이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집단생활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경제적인 조건이 열악한 피해자들은 최후의 대안으로 어쩔 수 없이 쉼터 입소를 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개인 공간 확보가 되지 않은 여성폭력시설의 구조적인 문제가 언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피해자들이 처한 열악한 사회적 조건에 대한 문제 제기는 쉼터 확충을 요구하는 것으로 이어질 뿐이다. 근본적으로 피해자들이 집단생활을 감수해야 하는 조건에 대한 사회적인 성찰이 요구된다.

 

쉼터는 사회복지영역에 포함되어 있으며 사회복지사업법상 시설 규정에 따라 운영된다. 그렇기 때문에 쉼터 입소자를 사회복지대상자로 제한적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여성폭력피해발생에 대한 사회 구조적인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여성인권의 관점에서 볼 것인지는 피해자 지원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장애가 있는 폭력피해자는 더욱 교차적인 관점이 요구된다. 폭력피해 상황을 넘어서 폭력에 노출된 피해자의 사회적인 위치는 어떠했는지, 재발방지를 위해서 요구되는 사회적인 조건의 내용은 무엇인지, 폭력피해 경험이라는 공통점 이외에 피해자 개별의 다양한 정체성의 상황을 고려하고 폭력피해지원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조건과 내용으로서 적극적인 의미의 자립 지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폭력피해를 경험한 장애여성들은 어디서 살고 있을까?

 

장애여성공감에서 인권 상담을 통해 지원했던 사례 중에 가정폭력 피해 호소로 쉼터 입소가 필요한 상황인 지체장애여성 내담자가 있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여성 입소가 가능한 쉼터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입소하기로 예정했던 쉼터에서 입소 당일 거절 의사를 통보했다. 쉼터 내 집단생활 불가 이유로 B형 간염약을 복용 중인 내담자의 상태를 문제시하였다. 또한 휠체어를 이용하는 내담자 지원에 쉼터 인력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당시 이 내담자가 갈 수 있는 곳은 요양병원이었다.

 

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성폭력피해자 쉼터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입소 가능 인원 또한 많지 않다. (2016년 말 서울시 내부자료 기준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이주여성 포함 피해자 보호시설은 총 35개, 입소정원 405명이다.) 이것은 성폭력 피해를 입은 장애여성의 수가 적다는 뜻이 아니라 쉼터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의미한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장애를 이유로 지원기관을 찾지 못해 결국 폭력이 발생한 집으로 다시 돌아가거나 폭력피해여성 지원시설이 아닌 장애인 입소가 가능한 노숙인 시설이나 장애인시설에 입소하는 경우도 있다.

 

1557989858_60038.jpg지난 2017년, 장애여성공감이 '폭력피해여성 지원기관의 장애여성 지원 실태 및 지원방안 정책 토론회'를 진행하는 모습.

 

쉼터에 입소한 장애여성의 생활은 어떨까?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는 2017년에 서울시 복지 거버넌스 여성분과 사업으로 '폭력피해여성 지원기관의 장애여성 지원 실태 및 지원 방안' 조사 용역을 시행했다. 이 조사로 나타난 폭력피해여성 지원기관 종사자들이 경험하는 어려움을 통해 장애여성의 생활을 짐작해볼 수 있다. 종사자들이 겪는 어려움의 상당 부분은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사회에 만연한 편견, 장애인 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공론화와 결단의 부재, 장애인 지원의 경험 부족 등으로부터 비롯된다. 비장애인 내담자의 경우 개별 상황에 따라 다른 욕구를 갖는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개별 욕구가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더라도 지원 방법을 찾아내려 하면서도 장애인 내담자의 장애와 관련된 필요에 대응하는 것은 '부가적인' 지원으로 인식하고 장애인 전문기관으로 연계하고자 하는 태도가 나타난다. 이러한 태도는 폭력피해여성 지원기관에 대한 장애여성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

 

쉼터에 입소한 장애여성은 '피해자'보다 '장애인'으로 인식되기 쉬운데 이로 인해 피해를 경험하는 장애인이라는 통합적 정체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진다. 그로 인해 장애여성은 피해자로서 필요한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피해자의 장애유형에 따라 지적장애, 지체장애, 정신장애 순으로 쉼터 지원 여부가 결정된다. 시설 내 물리적인 접근성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면에서 지체장애보다는 (경도의) 지적장애가 쉼터 입소 가능성이 높고, 돌발행동에 대한 우려가 높은 정신장애는 쉼터 지원을 결정하는데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른 장애유형에 비해 정신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에 만연한 경계심, 두려움 등이 쉼터 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쉼터가 요구하는 "사회 복귀"라는 목표

 

피해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성폭력 피해자 치료회복프로그램은 쉼터의 역할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사업은 성폭력 피해로 인하여 손상된 심신 및 정서의 회복을 지원하여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신속한 복귀를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피해자의 치료회복'이라는 목적의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성폭력 피해로 인하여 손상된 심신 및 정서는 어떤 상태일까? 장애로 인해 그 상태를 인지하기 어렵거나 말이나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신속한 복귀를 도모한다는 것이 피해 이전의 상태를 고려한 것이라 가정할 때 그 당시에도 사회구성원으로 주체를 인정받지 못하고 배제당하는 위치에 놓여있던 피해자의 경우 신속한 복귀라는 것은 어디를 향하는 것일까?

 

치료회복프로그램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하지 않을 때 한계는 명확하다. 현재 치료회복프로그램 운영은 매년 공모사업 방식으로 운영됨으로써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현실적인 조건을 갖고 있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치료회복의 대상으로서만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의 주체성 회복이나 피해자의 권리로서 국가에 책임과 역할을 요구하기 어렵다. 요보호 대상으로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서 최소한의 지원을 통해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정도의 메시지가 전달될 따름이다. 더욱이 사회적인 변화가 전제되지 않은 채 프로그램을 통해 피해자 개인이 변화를 만들어내도록 요구받는 식의 변화 추동은 분명한 한계지점이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볼 때, 치료프로그램에서 피해여성들이 복귀해야 한다는 '사회'는 피해자의 다양한 정체성과 사회 변화에 대한 요구를 수용하는 공간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피해자를 정상성 기준에 부합시키는 공간이다.


결국 피해자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역동적인 주체로서 피해자의 변화를 기대하지 않고 한계 범위만 재확인시킨다. 위생 교육을 시작으로 쉼터 퇴소 이후의 자립 생활을 염두하고 진행되는 다양한 지원들은 성폭력 재피해 방지를 위함이라는 중요한 목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장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체감할 때 장애여성피해자들의 성폭력 재피해 비율은 높다. 그 이유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 환경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장애여성 성폭력 피해자들의 사회적인 위치는 쉼터 안팎으로 큰 차이 없이 열악한 조건에 있는 경우가 많고 그러한 사람들을 함부로 폭력의 대상으로 삼는 가해자 집단은 항상 가까운 곳에 있기 마련이다. 근본적으로 사회적인 약자에 대한 폭력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인식과 현실을 만들기 위한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개개인 피해자의 노력으로 성폭력 재피해 방지는 불가능하다.

 

어떤 존재에 대해 복합적이고 교차적인 이해를 위한 사회적인 조건, 위치 혹은 개별적인 특성을 살피는 과정은 주체에 대한 존중을 전제한다. 그러나 어떠한 지원에 있어서 그 대상이 장애가 있고,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것만을 중심으로 상담과 치료에만 집중하고 관계 맺기를 위한 상호적인 고민을 건너뛰고 일방적인 지원 매뉴얼을 요구하는 방식은 장애여성 피해자의 주체성을 높이는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다. 장애여성이 성폭력 피해를 입는 것이 사회 구조적으로 어떤 맥락 안에서 발생하는 것인지 비판적 분석을 통해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특히 장애로 인함이 아님을 명확히 하는 것은 장애여성의 성폭력 피해 지원의 방향을 정하고 쉼터의 역할을 재배치하는 데 필수적이다.

 

피해 이후의 삶을 구축하기 위하여

 

쉼터에서 이루어지는 자활이 체험이나 학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정적인 경제활동으로 연결되기 위한 실질적인 취업 보장과 쉼터 퇴소 이후 자립해서 지낼 수 있는 안정된 거주 지원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2019년 기준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로 보호시설 입소 후 1년 이상 경과하고, 만 19세 이상 도달한 자가 퇴소할 경우 퇴소 자립지원금은 1회에 한해 500만원의 지원금이 지급된다.)

 

공감 회원활동 10년이 되어가는 지적장애 여성 회원이 있다. 30대 1인 가구. 일상의 즐거움 중 하나는 반려견과 함께 지내는 것이다. 최근에는 월세 부담이 늘긴 했지만 이전보다 조금 더 안전하고 깨끗한 곳으로 이사도 했다. 간단한 몇 문장으로 설명되는 상황이 회원의 일상으로 채워지기까지의 이야기는 간단하지 않다. 장애여성 특히 지적장애여성을 독립 주체로 여기지 않는 우리사회의 통념을 넘어선 장애여성의 삶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개별사례 내용은 장애여성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으로 확대되기 위해서 어떤 변화가 필요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고민하는데 중요한 참고자료이다.

 

장애여성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비장애인에 비해 시설 입소기간 연장의 폭이 넓다. 이 지점은 물론 장애를 고려한 지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장애여성의 주체성을 기대하거나 장애여성의 독립한 삶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굳이 시설이 아닌 집에서 사는 장애인을 지칭하는 '재가장애인'이라는 말이 있듯이 장애인에게 상상되는 삶의 배경으로 시설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현장에서 보면 지적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피해자 중에 시설 입소가 장기화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례마다 다르겠지만 재피해 우려가 높은 경우에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안전한 시설에만 머무르게 한다는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피해자의 탈시설 이후의 삶의 모습은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더불어 시설 장기 입소자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피해자로 혹은 장애로 인해 성폭력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은 사회적 약자로서 고정된 이미지로서 대상화될 뿐이다.

 

그렇기에 폭력을 피해 안전함을 찾아간 쉼터가 하나의 집단 거주시설의 조건과 다르지 않음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또한 시설에서 입소자의 권리가 보장되기 보다는 누락될 가능성이 높은 것에 대한 긴장 또한 필요하다. 쉼터 구성원을 가족이라 말하고 쉼터 내 호칭을 가족관계 호칭으로 대체 사용하며 종사자를 '엄마'라고 부르거나 하는 식의 상황은 피해자가 쉼터에서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기 어렵게 만들고 폭력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대처하기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주거권 보장은 주체적인 삶의 필수조건

 

1557989937_61150.jpg한 장애여성이 휠체어 뒤에 '공공임대주택 장애인 주거권 보장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달고 집회에 참여한 모습. 사진제공 부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여성폭력 피해가 발생하는 사회적인 조건과 주거권 보장이 되지 않은 상태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주거권이 확보되지 않은 피해자는 피해로 인해 쉼터에 가게 되고 그 쉼터에서의 삶은 시설화되며 점점 다른 삶으로의 변화를 추구하기 어려운 악순환이다. 이 흐름을 끊어내는 방안으로서 주거권 확보는 시급하다. 구조적 폭력의 피해자인 여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국가 책임으로서 주거권 보장은 당사자가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삶 전반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주체성을 확보하고 이를 위한 사회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 주요 핵심인 장애인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운동에서 참고할 수 있다.

 

장애인IL운동은 중증장애인 자신이 경험한 사회로부터의 차별과 억압이 장애인이 극복해야 하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를 문제이게 만드는 '사회 환경'에 있음을 분명히 하였고, 이러한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는 장애인 스스로가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였다. 그리고 장애인의 권리 인식은 강한 신념이 되어 자신의 권리를 확보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체로써 힘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현장들을 만들어 갈 수 있었던 것은 장애인IL운동의 가장 큰 의의와 긍정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1)

 

더불어 인권운동의 영역에서 성폭력 피해자, 사회복지대상자, 장애여성이라는 정체성을 둘러싼 낙인과 무능화의 서사가 두터운 현실을 뚫고 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과 변화의 시작으로서 독립적인 주거권 보장을 위한 급진적인 방안 모색을 함께 제안한다.

 

 

*        *        *

 

각 주

 

1) 조미경, ‘장애여성독립생활운동, IL운동에 대한 젠더관점의 재구성과 실천‘ [2012년 IL과젠더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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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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