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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는 끝이 아닌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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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북연구소 작성일22-10-06 16:02 조회1,1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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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장애계에서 가장 큰 이슈를 불러 모았던 것 중 하나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다. 실제로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폐지되었고, 내년부터 새롭게 시행될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앞두고 있다. 현재 정신장애계는 매우 중요한 시점에 있다. 이에 <함께걸음>에서도 정신장애인의 인권과 복지를 주제로 네 가지 코너로 나누어 특집을 구성했다. 첫 번째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가지는 문제점과 정신장애인이 처한 현실을 정리하고, 두 번째는 현재 「장애인복지법」 제15조를 비롯하여 「정신건강복지법」이 어떤 방향으로 개정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또한 세 번째 코너에서는 장애인복지관과 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는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코너에서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앞으로 어떻게 대한민국 사회가 변화되어야 할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독소조항이라는 이름, 「장애인복지법」 제15조
「장애인복지법」 제15조의 내용은 ‘다른 법률과의 관계’인데, 다른 법률로부터 적용받고 있는 복지서비스가 있는 경우 ‘중복 적용’을 제한하고 있다. 이 법률조항으로 인해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먼저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장애인복지법 제15조(다른 법률과의 관계) 제2조에 따른 장애인 중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과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다른 법률을 적용 받는 장애인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적용을 제한할 수 있다. <개정 2016. 5. 29.>
 
위 내용을 해석하면 장애인 중 정신장애인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정신건강복지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장애인복지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한할 수 있다’라는 표현으로 ‘의무’가 아닌 ‘재량’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지만, 이 규정으로 인해 정신 장애인이 장애인으로 등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복지법」의 복지서비스 등을 제공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렇다면 「정신건강복지법」만을 적용받으면 복지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걸까? 만약 「정신건강복지법」을 통해 정신장애인이 복지서비스를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었다면,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굳이 나올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 「정신건강복지법」의 내용을 냉정하게 살펴본다면,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적인 것보다 ‘의료’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신병원 입원이나 퇴원의 요건이나 절차 등이 대표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정신장애인은 「정신건강복지법」을 통해 의료적인 부분은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삶에 있어서 필요한 복지서비스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의 규정으로 인해 적용이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지난해 정신장애인 당사자들과 장애우권익 문제연구소를 비롯한 단체들의 연대활동이 이루어졌다.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정신장애인을 차별한다는 내용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하는 등 거듭된 노력으로 「장애인복지법」 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2021년 12월 21일 「장애인복지법」 제15조에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라는 문구가 삭제되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폐지는 끝이 아닌 다시 시작
대한민국 정신장애인이 장애인복지관을 이용하거나 복지서비스를 제공받는 데에 제한을 주는 ‘독소조항’이었던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폐지되었다. 이 규정이 폐지됨으로써 당장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은 ‘정신장애인도 장애인복지관을 이용하고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15조의 폐지가 모든 것을 해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언젠가 대한민국에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역사를 책으로 낸다면, 아마 2022년이 정말 중요한 시점으로 기록될지도 모르겠다.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폐지된 후 1년이라는 기간을 두고 대한민국에서 정신장애인 이 인간답게 자립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복지법」 제 15조 폐지를 시작으로 「정신건강복지법」의 전면 개정을 위한 간담회와 토론회, 설명회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자리가 마련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과 활동가,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내고 머리를 맞대며 계속 맞춰가고 있다.
 
애초 「장애인복지법」 제15조의 존재가 정신장애인을 차별하는 의도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폐지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보건복지부의 장애인복지과, 정신건강정책과에서도 제도상의 문제를 분명하게 인지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에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비하와 혐오를 유발할 수 있는 장면이 나오거나 정치인이 정신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발언은 쉴새없이 이어지고 있다.
 
정신장애인들도 그들에 대한 잘못된 표현이나 제도적인 문제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며 활동하고 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잘못된 인식과 편견을 바로 잡기 위한 움직임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제도적인 장치’는 준비되고 있는 시점이다. 정신장애인이 그들의 권리를 보장받고 당당히 복지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법적 근거 말이다.
「장애인복지법」이든 「정신건강복지법」이든 이젠 더 이상 ‘정신장애’라는 이유로 차별이나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온전한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당사자들의 지속적인 활동으로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난 만큼, 이젠 정부에서 답할 차례다. 당사자와 관계자들이 의논하고 고민하며 다듬고 만들어가고 있는 정신장애인의 삶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 그래서 대한민국 정신장애계는 지금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   
 
 
글.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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